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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사주칼럼 no.100] 종이배
종이배부 석 (철학상담소 숲 운영) 어릴 때 종이로 처음 접은 것이 배였다. 어느 날, 옆집 언니가 색종이 몇 장을 가지고 왔다. 색종이의 색은 마치 동화를 읽으며 상상했던 공주의 드레스 색깔 같았다. 언니는 색종이를 접어 배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색종이를 반으로 접은 언니는 순식간에 종이배를 완성 시켰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는 나를 도와주었다. 우리는 색색의 종이배를 가지고 개천으로 갔다. 색종이로 배를 만들고, 실재로 띄워볼 수도 있다니 얼마나 멋진 놀이인가. 개미도 몇 마리 잡아 승객으로 태우고 들꽃도 한 송이 실었다. 마침내 배가 출항했다. 가슴이 뛰었다. 들쑥날쑥한 수심과 바위들과 수초가 수시로 출몰하는, 그래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 항로를 따라 내 배는 어디까지 무사히 흘러갈 수 있을까. 과연 그 도착지는 어디일까. 庚 丁 0 0 子 巳 午 午 유난히 자존심의 돛대를 높이 세운 이 배는 화염이 빗발치는 항로를 지나 뒤늦게 자수(子水)라는 호수에 다다른다. 이곳이 이 배의 귀착지이다. 한 번의 이혼 후 통념에서 벗어난 연하의 남편을 만나 귀한 자식을 얻은 것이다. 누구라면 다 알 만한 사람의 사주이지만 사실 필부필부의 종이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젖기 쉽고 걸핏하면 찢어지는 그래서 언제나 위태위태한 우리의 종이배가 무사히 각자의 귀착지에 가 닿기를 기원하는 오늘 아침이다. 철학상담소 숲 010-5518-5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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