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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마을] 나무도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무도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김종성 환경미화원 최씨는 새벽이면 엄숙한 지구의 자전 의식처럼 하루 궤적을 그리기위해 동구 앞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느티나무를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었을까 궁금증을 못 참는 사람들은 나무의 나이가 오백년도 넘었다고 밝혀내고 보호수로 지정하며 철제 울타리로 결박했다 옛날 옛적 어느 새가 물어 온 뿌리로 생명을 얻은 이래 장승처럼 몸통 하나로 지켜온 생애 다리 펴고 앉아본 적도 등대고 누워 숙면을 취해본 적도 없는 고단한 육신은 최고장을 받은 채무자처럼 건조해 진다 다프네의 무성한 월계수도 발밑에 꿇린 갈채 받던 화려한 근력의 세월이 가물거려 삭신이 쑤시는 척추협착증으로 기울어지는 허리 은밀하게 진행되는 노쇠로의 여정에 한번쯤은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 지나가는 한 겹의 바람에도 신음소리를 낸다 석양이면 환경미화원 최씨는 하루의 궤적을 그린 고단한 행색으로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 깨물면 아픈 손가락들이 기댈 곳을 기다리는 외로워도 외로워질 수 없는 등불을 찾아 간다. ---------------------------------------------- 전북 정읍출생 2015년 2월 별세 월간 《문학세계》신인상 수상 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수상 정읍문인협회 회장 <시마을> 동인 동진문학 회원 시마을작품선집『섬 속의 산』등 동인시집『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등 출처:시와그리움이있는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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