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접지 못 하고 죽은
잠자리를 보았다
볕이 투과한 날개 밑으로
무지개가 서 있다
비 온 뒤에 서는 무지개의 시원이
저곳이겠다!
저 투명한 날개로
무지개를 만들기까지
그 고행을 알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를 찾는 것은 아니면서도
사막이 있어야 했고
분화구처럼 함정을 파야 했던 볕
턱뼈가 덜그럭거리도록 침샘이 말라도
한 방울의 비에
폐허가 되어야 하는 자신의 성
낙타 같은 혹 등 하나 없이
긴 사막을 걸어야 하는 사투
모래 속에 몸을 숨겨야 채울 수 있는 허기
그것도 시큼한 개미뿐이다
투명한 이 날개가
잘록한 개미의 허리일지도
가느다란 다리일지도 모르는 환생
무지개만을 피우기 위함이었는지
날개를 접지 못 하고
죽는 잠자리
사막에 무지개가 떴다

출처-좋은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