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말없이 지내던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을 했습니다. 눈앞이 깜깜해 남편의 심정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죠. 이틀 뒤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하고는 아이들보다 먼저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들이 등교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죠. 그렇게 며칠 동안 아침마다 외출하는 남편에게 나는 도대체 어디를 가는 것이냐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실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그러니 당분간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자.”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제야 남편의 버겁고 힘든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이들의 등교가 늦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남편과 아이들이 만나고 말았습니다. 나는 일단 “아빠가 뭘 두고 가셨나봐”라며 둘러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에게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했죠. 그날 저녁에 두 아이를 앞에 앉히고 말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작은아이가 심각하게 물었습니다.
“엄마, 그럼 우리 어떻게 살아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큰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방학이 있듯이 아빠에게도 방학이 필요해. 우리가 방학 뒤 다시 공부를 하는 것처럼 아빠도 다시 회사를 다닐 거야.”
언제 내 아이들이 이렇게 컸을까요.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힘들지 않습니다. 큰아이의 말처럼 이 방학이 끝나면 남편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요.

출처-좋은생각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