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를 낳았을 때
할머니가 그러셨다.
알맹이가 빠져나왔으니 에미는 이제 껍데기다.
껍데기라는 말에 나는 혼자 웃었다.
빙긋 웃으며 생각했지.
알맹이는 뭐고 껍데기는 또 뭘까….

갑자기 바닷가 모래사장에 널려 있는
고운 조개껍데기가 생각났단다.
하얀 조개껍데기들을 곱게 묶어 목에 걸고
철없이 웃는 어린 엄마였단다.

그렇게 웃는 내 곁에서 방싯방싯 배냇짓을 하던 
그 작고 여리고 이쁜 알맹이가 바로 너였지.
내 살과 피로 만들어져 내 속에서 빠져나온
그 귀한 알맹이가 바로 너란다.

찬바람은 더욱 차가워지고
그리움은 더욱 깊어지는 초겨울 하늘에
호올로 떠 있는 하얀 반달을 보면서 생각한다.
저 반달도 한낮에는 껍데기만 남아 있는 거야.
군대 간 아들이 엄마 보고플 때마다 쳐다본다는
그리움 여울진 새파란 하늘을 지키느라
낮에도 껍데기가 되어 둥실 떠 있는 거야.
밤이면 춥지 말라고 노릇하게 고운 달빛으로
군인이 된 아들 지켜 주려고 하늘 높이 떠 있는 거란다.

엄마도 그래. 아들 군대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껍데기다운 껍데기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구나.
하얀 반달이 되어 낮에도 다정히 너를 지켜본다.
네 눈길 닿는 곳마다 해맑은 미소 걸어두고
길고 외로운 하루를 말없이 지켜주다가
밤이면 네 창가를 서성이며
고단한 네 꿈길을 어루만져 준단다.

아들아
너를 지켜 줄게.
네 꿈과 사랑과 아픔까지도
말없이 곁에서 포근하게 지켜 줄게.

-희망한국의새내기 이병엄마 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