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 보면
바람도 지나는 길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나뭇잎새들은 졸음에 겨운 듯 가만히 있는데
흐르는 바람결 따라 살랑대는 잎새들이 따로 있거든요.
그 곁을 지날 때마다 바람의 보드라운 입김과
다정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답니다.
산들산들 바람이 살랑대며 지나가는 순간에
'사랑의 한숨'이라는 꽃말을 지닌 보랏빛 칡꽃들이
감미로운 향기 날리며 우수수 떨어지기도 합니다.

어릴 적 학교 앞에서
친구들이랑 칡뿌리를 사서 꼭꼭 씹어
고소한 단물을 먹었던 생각도 나고
단물이 빠진 후에는 껌을 씹듯 씹었던 생각도 납니다.

일요일이 되면
내무실 선후임들이랑 의견을 모아
가끔은, 맛있고 푸짐하게 점심을 해주는
법회에도 간다는 아들의 말도 문득 생각납니다.
불교의 경전 '숫타니파타'에도 나오잖아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다 보면
개구리 군복으로 각이 잡힌 생활 속에서도
마음만은 바람처럼 가볍고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산길에도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 있듯이
우리 안생의 길에도 모퉁이마다
마음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길목이 있는 것처럼
군인의 길 어디쯤에도 고단한 마음을 잠시 기댈 수 있는
잔잔한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 있을 테지요.
네모나게 각이 잡힌 군복과 고달픈 일상 속에서도
마음만은 늘 가볍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잎새 끝을 스치는 바람의 입김처럼 보드랍고
그물에 걸리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처럼
넉넉하고 자유롭기를, 그 바람에 흩어져 떨어지는
초가을의 보랏빛 칡꽃처럼
맑고 순하고 향기롭기를 바랍니다.

-희망한국의새내기 이병엄마 노은-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