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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마을] 약손
약손 박해옥 저 세상에서도 두 분 금실이 여전한 게야! 아부지 묏등에 핀 풀꽃 한 대궁이 기웃이 엄니를 너머다 보며 핀걸 보면! 삽짝을 살짝 돌아나가면 한 뜀에 폴짝 넘을 수 있던 실도랑, 밤새도록 퍼부은 비에 도랑이 넘쳐 안마당을 반 질러 물이 지던 날 아부지가 돌아가셨다. 깔밤 같은 외동 상제를 붙안고 논바닥 긁는 개구리처럼 엄니는 울고 그 난중에도 년 년생 가시나들은 박꽃처럼 방실댔으니.. 한 꼬투리 속 풋콩처럼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난생 처음 기차를 타고 고향을 떴다. 대주를 잃은 아낙은 낯선 창가에 남포등을 걸었지만 두렛상에 숟가락 수를 줄이지 않는 일은 만단설화 중에서도 아픈 대목이었다. 채 덜 자란 지느러미로 그녀의 딸들이 거북이 새끼들 모양 바다에 뛰어들었다. 비단공장에서 누에처럼 실을 뽑고 약 공장에서 손 허물 벗게 절구질한 덕에 살림은 살방살방 늘어났지만 그도 섧다던 엄니는 섣달도 기운 엄동에 생젖을 떼듯 모질었으니 그리워라! 횟배를 쓸어주던 엄니의 따뜻한 약손 순을 뻗을 때마다 지줏대를 세워주시던 아부지 쉬쉬한 땀내에 결은 그 그늘에 메어 부룩송아지처럼 떼쓰고 싶은데 돌아보고 또 돌아보니 어여 어여가그라 재촉만 하시니 부산 출생 부산시 주최 여성문학백일장 장원 국민카드 사이버문학상 입선 《미래문학 》《 월간문학21》신인상 수상 <詩마을> 동인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 』 시마을 작품선집 『섬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 동인시집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느티나무의 낙엽을 받다』등 출처:시와그리움이있는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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