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행방을 찾아 나서면서
불볕이 독(毒)이 묻어나는 검이라는 것을
누군가를 찌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은
이 적막감을 숲이 걷어드린다

들끊는 것이 안으로부터 고여
터져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저 푸른 물기 젖어 있는 숲
우리 생의 껍질은 터기 직전의 아슬함을
촉촉하게 녹여내어
청라빛 돌게 하는 나무 가지 같은 속살거림이여

이 숲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이
살의가 묻어나는 독(毒)이
바람이 만나고 가는 여름 숲의 눈부심이 될 줄이야
내 안에 고여 끓던 시퍼런 것들이
바람의 행방을 찾아 가는 한 줄기 길이 될 줄이야
산과 산이 겹치는 골과 골의 경계선이
산의 황홀한 정점이듯
바람의 행방의 그 끝도
안개에 덮인 우리 생의
그 황홀한 정점을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랴

출처-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