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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마을] 시간
시간 / 최경순동그라미 안의 과녁, 야생마들 초원의 비상구를 찾아 등에 초침을 꽂아 업고 분침을 삼킨다 배꼽에 분침을 깔고 시침을 삼킨다 꽃들은 진작에 삼켰고 녹엽을 삼키더니 이젠, 살찐 가을을 삼키는가 비상구는 있다 암호명, 열쇠 구멍에 낙타를 끼워 넣다 비밀번호, 동 3시 15분, 서 9시 45분, 남 6시 30분, 북 12시, 철커덕, 과녁에 빗장이 풀리고 야생마는 초원에 내려앉은 하얀 뭉게구름에 날개를 달고 비상을 꿈꾼다 꽃들, 전력질주로 세월을 잊은 지 오래다 녹엽, 발굽에 차이고 살찐 가을, 식욕의 계절에 이젠 그만 재갈을 물린다 파란 하늘이 깜짝 놀라 더 높이 움츠린다 황금 들녘에 메뚜기들 까끄라기 수염을 달고 까칠까칠하게 벼 낟알 겉껍질을 언제 깔꼬, 마지막을 아쉬운 듯 구슬피 가을을 읊어대는 풀벌레들 홍시가 서리를 맞을 때 비로소, 살찐 가을은 두꺼운 그림자를 산허리에 길게 매단다 출처:시와그리움이있는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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