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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1-09 (월) 09:40
ㆍ추천: 0  ㆍ조회: 805      
IP: 211.xxx.25
[時가 있는 마을] 빨간 고양이를 구해줘 / 김정옥
빨간 고양이를 구해줘 / 김정옥

눈발이 줄 맞추며 따라와
차곡차곡 차례 지켜 쌓이는 눈 위에
단풍이 날린 자리 선명한 고양이 발자국
가을의 끄트머리라도 움켜쥐려나
발갛게 발톱 오그려 보지만
하얗게 삭아가는 기억
고양이 집은 빗장으로 잠겨 버렸어
몇 날 며칠, 들고양이들 눈 데굴거리며
밤새 뽑아놓은 털이
데구르르 뒹굴던 빨간 출근길
순간, 멈추는가 했는데
반나절에 계절을 흰 소문으로 묻어버려
비상벨이 울렸어
피난처를 찾지 못한 빨간 고양이
외쳐댄 SOS
바스락 옴짝도 못하고 먹먹한 물 젖은 소리만
언제 숨었을까
처마 밑에 단풍 고양이 한 쌍 야옹하고 있어
이사하는 사람들 겨울 도장 찍느라 발밑만 보고 있어
어깨에 들려진 흰 보따리 내려놓느라
분주한 오후의 거리엔
버려진 고양이 울음이 빨갛게 부서져 있어
 
- 시집 『빨간 고양이를 구해줘』중에서


출처: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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