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올해 57세인 3720지구 양산웅상RC 장훈석 회원은 6월 16~17일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해 일반 마라톤 풀코스의 4배가 넘는 200Km를 한숨도 자지 않고 34시간 4분 39초에 완주해 화제가 됐다. 14년째 자동차 부품업체 금양상공을 운영하는 장훈석 사장은 웅상로타리클럽 산악회장으로 그동안 로타리마크를 달고 마라톤 풀코스 15회를 완주했다.
울트라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최고의 도전 이벤트로 새들의 낙원 을숙도를 출발하여 우리 민족의 생명줄인 낙동강 생태계를 둘러본 후 천태산을 한바퀴 휘돌아 내려오는 마라톤 대회이다. 영남권의 생명수인 낙동강 지류를 돌아보여 낙동강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모여진 수익금을 결식아동을 돕는 ‘한끼의 식사 기금’에 기증하는 자선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다음은 로타리 코리아 9月호에 기고한 내용이다.

내가 어떻게 이틀 동안의 검은 밤을 하얀밤으로 지새우고 때이르게 핀 코스모스를 보며 한여름 땡볕속에서 500여리 길을 지나 왔을까?
후즐구레이 내리는 장마비 속에 창밖에 흔들리는 대나무 숲을 보느라니 마치 꿈속인냥 눈앞에 펼쳐진다.
작년 8월 썸머쪾비치 100Km를 완주하고 내년에 “물사랑 낙동강 2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도전 한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공언한 후 항상 머리속에는 “내가 과연 200Km를 완주 할수 있을까?”하는 화두가 떠나지 않았다.
재활 운동으로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 운동이 10Km, 하프를 거쳐 풀코스를 뛰고 100Km울트라 마라톤을 뛰었으니 내 스스로는 대견 하건만도 주변 형제, 친구들은 무리하지 말라고 걱정을 해대니 그들에게 내가 마라톤을 하는 동안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근심을 함께 주는 문제아가 된 형국이다.
100Km울트라 경험을 되돌아 보니 체력 훈련이 우선인지라 천성산 임도 뛰기를 격주 실시하고, 계단 뛰기(약1,300계단)를 주 1회 하며 금년 들어 풀코스5회를 비롯 10여회의 하프코스에 참가하는것으로 거리주를 대신했다.
풀코스 준비와는 달리 육류를 기본으로 고단백류를 위주로 항상 근심을 하면서도 고마우리만치 뒷바라지해주는 아내의 배려로 충분하게 섭취하여 몸무게도 늘렸다. 다만 6월초 천성산 임도 달리기 중 생겼던 무릎 부상이 염려되어 쎈텀병원 손 선생님께 투약 치료를 받은지 불과 일주일 이후라 걱정이 되었다.
“한끼 식사 기금”성금 봉투를 대회 준비와 진행에 혼신을 다하는 신영우 형제에게 전달해 드리고 완주의 격려와 함께 금일봉 봉투까지 전해주는 여러 아우님들의 힘찬 응원과 전화메세지를 보내 주신 여러분의 격려를 뒤로 낙동강 뚝방 밤길을 반딧불 같은 헤드 램프를 밝히며 두 밤을 보낸후 과연 내가 이자리로 돌아 올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박회장, 그리고 숙녀 한분과 함께 정신 세계를 알수 없는 140여명의 무리 속에 빠져 보았다.
6월 6일 코스 답사때 여러 울트라 선배들께서 육십이 가까운 나이에 100Km 1회 경험으로 200Km에, 그것도 난코스 중에 난코스인 낙동강 200Km에 도전 한다고 우려와 함께 기록 욕심 내지 말고 시간내 완주를 목표로 하라는 격려를 해주던 생각이 났다. 그중 환갑의 연세로 7월 국토 종단 622Km울트라에 도전 하신다는 주 복노님의 모습을 보며, 내년 국토 횡단에 도전 하려는 나의 자화상을 그려 보았다.
200Km 그길은 정말 멀고도 험했다. 우려했던 부상은 80Km지점부터 찾아와서 동행하는 숙녀분에게 근심도 주었지만 고관절 통증 증세를 보이는 그녀도 나보다 마라톤 고수이지만 걱정이 되었다.
붉은 칸나 꽃보다도 더 붉은듯한 유월의 태양을 회사 식구가 준비해준 밀짚모자를 쓰고 뛰는 나에게 어느 연세 드신 촌노께서 “나이도 꽤 된듯한데”하시며 걱정과 무언의 격려를 하시는것을 느끼며 뛰고 걷고, 또 뛰었다.
무척산의 그 꽈리 같은 산길은 왜그리도 길고 높은지...
나는 이번”물사랑 낙동강 200Km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참가 하면서 또 다른 하나를 느꼈다. 둘, 셋씩 짝을 지어 어울려 달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서로서로가 격려를 하는 그 모습에서 마라톤만의 우정애를 진하고 묵직하게 느꼈고, 맛보았고 깨달았다. 아울러 이번 대회의 뜻 깊은 행사인”한끼 식사 기금”의 나눔에 봉사 정신과 현재 내가 몸 담고 있는”로타리 클럽”의 이념인 “초아의 봉사 정신”,그리고 웅상 지역의 마라톤을 즐기고 마라톤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많은 아우들의 따스한 마음이 다시금 가슴에 와 닿았다.
고통은 깨달음을 주고, 깨달음은 다시 나눔을 줄수 있는 회향의 정신을 심어준다는 것을 무릎의 통증으로 걷다 뛰다 하는 답답함과 허벅지를 안쪽의 쓸림으로 벗겨져 피가 나고 아린 고통을 참으며 뛰는 동안 가슴에 되새기며 60년 가까이 내 인생의 많은 사연들을 한꺼풀, 또 한꺼플 벗겨도 보았다.
밤11시쯤에 삼랑진 역뒤 고가도로 밑에서 뛰고 걸으며 고통이 찾아 올적마다 가슴에 찾아 오던 아내와 함께 찾아준 웅상마라톤 아우님들이 건네준 전복죽과 뜨거운 성원을 받아 고통 마저도 느낄수 없도록 깊어진 두군데 부상을 완주라는 꺼플로 뒤집어 씌우고 천태산 암흑천지를 블랙홀에 빨려들듯 뛰어 들었다. 달빛과 램프 불빛에 하얗게 보이는 아스팔트를 따라 오르고 또 오르니 많은 울트라 전사들이 눕고, 먹고, 마시고 웅성 대는 것이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깜박이는 불빛도 보이지 않던 좀전과는 상이하게 북적대는 인간시장 이었다.
그래 이제 남은 거리는 50Km이다. 국밥 몇숟가락 떠먹고 빠른 걸음으로 또 다른 험로가 기다리는 오봉산을 향해 천태산 자락을 내려 왔다.
원동을 지나 오르는 오봉산은 어찌 그리도 어둡고, 높고 무섭던지 출발할때 140여명의 앞 뒤에서 반짝이던 불빛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암흑 천지다. 그래 저 점점 밝아 오는 여명이 걷히면 또다른 아침이 올것이다. 오른쪽 물금 취수장이 보이는 낙동강은 김해 상동의 불빛과 물금의 불빛을 받아 어느 유명 가수가 입은 반짝이 옷 처럼 반짝이는 잔물결을 이룬다.
안개가 걷히며 날은 훤히 밝았고, 나는 어느새 물금 시내에 내려와서 지친 몸을 추스리며 걷다 허기를 채우려고 김밥가게에서 산 김밥은 모래알 같이 입안에 굴러 다녀 두어 조각먹고 길가 쓰레기 통에 버리고 호포방향 뚝방 길 지하 차도로 들어 가니 울컥 눈물이 났다.
이 눈물은 지나온 고통과 부산이 보인다는 안도감이 어둠속에서 찾아온 호화로운 슬픔이라 생각 하는중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구포쪽으로 오고 있다고. 갑자기 찾아오는 졸음에 금곡역에 들어 세수와 양치를 하고 여러번 신세를 진 한분의 고운 여자회원과 몇분의 씩씩한 남성분이 함께한 온천 마라톤 회원분들이 주시는 콩국을 고맙게 먹고 얼마를 가다보니 천국의 천사들과 흑기사가 나타났다.
문득문득 보고프던 아내, 그리고 항상 아내와 친자매 처럼 지내는 아름다운 두분 내외들과 드디어 끝이 없을것 같던, 내게는 황당한 도전 같기만 하던 그 길의 끝자락을 오락가락 하는 가랑비를 맞으며 세상에서 제일 길게만 느껴지는 하구언 다리를 지나 “물사랑 낙동강 200Km완주”가 씌어진 테이프를 가슴에 대니 시계는 34시간 04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수고 했다는 격려와 함께 완주컵에 부어 주시는 막걸리를 마시는 행운과 감격을 그리고 인간 승리를 맛 보았다.
무엇이 나를 여기 까지 데려다 놓았을가? 비가 그친 뿌연 하늘을 쳐다 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아! ~ 열반 하신 성철 스님은:이 뭐 꼬”라는 화두를 제자들에게 던지시고 그들에게서 어떤한 소식을 들으셨을까? 그리고 스님은 또 무엇을 얻으셨을까? 또한 찾아 오는 제자와 신도들에게 삼천배를 권하여 실천의 고행과 고행의 실천에서 깨달음을 얻도록 하셨지만 과연 그들은 무엇을 깨달았을까? 꿈속을 헤메듯 200Km의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 보며 혼자 뇌까려 본다. 지금, 나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을 깨달았는가?
작년 썸머 비치100Km완주후 가졌던 200Km도전 처럼 내년 국토 횡단 311Km도전 의지를 마음속으로 중얼 대며 몸은 벌써 멀리 바다가 보이는 대관령 구비구비 고갯길을 내려 가고 있는듯 하다. 또다른 깨달음의 고행과 또 하나의 얻음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