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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 이발사 신씨의 그림 사랑
 독자투고 - 이발사 신씨의 그림 사랑 평산동에 가면 좀 특이한 이발관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처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너무나도 색다른 풍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업소에 들어서면 그림이 전시된 갤러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혹시 잘못 찾아 들어왔나 하고 의아해 하기 일쑤다. 20여평의 업소 공간 중 6평 정도의 공간에 서양화 십 수점이 전시되어 있고 전문갤러리 못지않은 실내장식과 그림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등의 조명도 갖추어져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발과 안마 등의 서비스 공간에도 눈에 띄게 그림이 걸려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발을 하면서도 쾌적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신씨의 이발소는 다른 업소와는 다르게 조명도 아주 밝으며 벽체와 천정, 바닥도 밝은 색조로 꾸며져 있고 흑갈색 가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발소라기보다는 안락한 거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른 이발소에서 받은 인상과는 사뭇 다른 밝고 건강한 느낌을 주며 군데군데 깔끔한 분위기가 주인의 성품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림에 관심이 참 많으시군요. 이 정도면 거의 마니아 수준인데요”라고 신씨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지니 “그림에 대해 아는바 없지만, 그림이란 특정한 사람들이 한정된 장소에서만 향유하는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며 즐기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꺼내는 이야기가 심상찮다. “모든 사람들이 그림을 대하고 있으면 정서가 순화되는 것 같아요. 우선 이 업소를 들어오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이발쟁이 취급을 않거든요. 오히려 저를 어렵게 대하는 분들도 가끔 있어요. 그리고 저희 업소를 이용하시는 손님들은 지나치게 야한 농담을 한다든지, 엉뚱한 생각으로 짓궂은 행동을 하는 손님들은 없거든요. 이런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사람이 예술품을 대하는 일은 참으로 인간 속에 내재된 고귀한 심성을 이끌어 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꼭 저희업소 이용 고객이 아니라도 누구든지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개방하여 작품들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이 일을 통하여 우리 이웃들의 정서가 순화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겨날 수 있다면 또 하나의 큰 보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형편이 좋아지면 작품들도 다양하게 구입해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구경할 수 있는 갤러리 공간을 좀 더 확장시킬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어릴 때부터 주변의 사물을 관심 있게 보는 일과 신기한 것을 보면 그려보는 정도였을 뿐 그림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는 못했는데, 오래 전 이웃에 사는 김성근 화백을 알게 되면서 그림에 대한 많은 상식을 접하고 소장하는 일이 취미가 되었다고 말한다. / 최재운(부산 기장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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